우리 아이 글러브, 사줄 때 사주더라도 제대로 알고 사주자.
야구 기본 장비 종류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의 글에 남긴 추가 글러브에 대한 상세정보 글이다.
야구 글러브도 야구 초창기에는 스키용 장갑처럼 손을 보호하는 역할만 했다가 점점 크기도 커지고 수비 포지션별로 형태가 발전하면서 날아오는 공, 굴러오는 공을 잡는 데 각각 최적화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글러브의 발전덕에 선수들의 수비 능력도 향상되었다는 점이 재밌다. 야구의 주요 규칙들은 이런 야구 글러브가 발달하기 전에 확립되었기 때문에 글러브에 대한 내용은 야구 규칙에 명시되어 있는 바가 없다. 가끔 높이 뜬 내야 뜬공을 글러브를 안 낀 맨손으로 잡으면 반칙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손을 다치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맨손으로 공을 잡아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굳이 추천하지는 않겠다.)
이렇게 손을 보호하는 기능, 그리고 포지션에 따라 효율적인 기량 발휘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발전해온 야구 글러브는 일반적으로 소가죽을 사용하지만 초급자용은 굳이 고가의 소가죽보다는 비닐이나 돼지가죽 소재의 글러브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초급자용 저가 제품은 보통 2~3만원 선에서부터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소재가 소가죽인 제품들은 일반적으로 10만원 안팎에서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MLB 선수 중 다수가 사용한다는 롤링스의 경우 거세한 숫소의 가죽으로 만든 기성품이 20만원 초-중반대, 생후 6~12개월령의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기성품은 30만원대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색깔과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오더 제품은 기본적으로 20만원 이상이고 일본 브랜드 프로선수 주문품들은 8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 선수들은 대체로 일본 브랜드를 많이 사용하는데 미즈노 글러브 중 글로벌 엘리트 경식용은 40만원대, 미즈노 프로는 60만원대 정도이다. 이외의 미즈노 프로 오더 라인업은 90만원대, 프리미엄 셀렉션이라고 불리는 라인업은 100만원을 호가하고, 하가 크래프트라고 하는 제품은 100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포수가 쓰는 미트는 가격이 더 올라가는데 포지션 특성상 미트의 내구성 때문에 길들이는 데도 꽤 오래 걸린다.
이 글을 읽으실 부모님들, 또는 자기 글러브를 알아보려고 하는 이들을 위해 프로 선수들이 쓰는 글러브를 기준으로 대략적인 가격대를 안내 하는 이유는 과연 우리 아이가 또는 본인이 어느 정도 수준의 글러브를 사야 할지 스스로 가늠해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다.
글러브의 대략적인 가격대를 알아보았으니 이제는 포지션별 글러브 종류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내야수용 글러브: 내야수용 글러브는 일단 공을 빠르게 잡고 글러브에서 뽑아 다음 동작으로 빠르게 연결되어야 하는 내야 수비 특성상, 글러브의 길이가 짧고 볼 집 깊이가 얕다. 사이즈로 보자면 대략 11.25인치~12인치 글러브라고 볼 수 있다. 워낙 빠르고 다양한 타구가 오는 내야의 특성상, 글러브의 크기, 깊이, 웹(글러브 엄지와 검지 사이의 공간을 웹이라고 부른다)의 종류도 다양하고 취향을 많이 탄다. 미국 선수들, 특히 2루수들은 윌슨사의 내야용 글러브를 선호하는 걸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외야수용 글러브: 외야 수비에서는 주로 뜬 공을 확실히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기에 글러브의 길이도 길고 볼 집의 깊이도 깉은 12.5~13인치 이상의 글러브를 많이 쓴다. 그럼 무조건 긴 글러브가 유리한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글쎄. 길이가 길어질수록 무게도 늘어나고 조작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참고용으로 공유하자면, 국내 프로선수들의 오더 글러브는 12.75나 13인치가 자주 보이고 메이저리거들도 12.75인치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써 두었다고 해서 또 무조건 아이들 외야수용 글러브를 12.75인치로 사주시는 부모님이나 성인은... 안 계시기를 바란다)
외야수는 높이 뜬 공을 처리해야 하므로 햇빛이나 라이트로 인해 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글러브 웹 사이로 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모양이 많이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H 웹이 가장 밸런스가 좋다는 평을 받는다. 앞서 말한 길이로 인해 무게가 증가하는 단점 때문에 가벼운 무게감이 글러브 선택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듯한데 사회인 야구에서 외야는 미즈노를 많이들 좋아한다고 한다.
투수-올라운드 글러브: 투수 글러브는 일단 이 글을 읽고 나서 글러브를 볼 때 가장 구별하기 쉽지 않을까 싶다. (포수 미트 제외) 투수 글러브는 공을 잡기 위한 기능보다 공을 숨기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투수가 공을 어떻게 쥐고 잡는지 타자와 주자에게서 숨기기 위해 웹(엄지와 검지 사이 공간)이 막혀 있는 형태의 모양이고 투수가 특정 구질을 던질 때 나타나는 습관을 드러내지 않게 하기 위해 핑거커버도 자주 쓰인다. 투수가 투구를 할 때 회전력을 사용하는 몸동작에 이 투수 글러브가 무게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힘을 쥐어짜는 행동도 고려하여 제작되는 글러브이다.
알록달록한 외야, 내야의 글러브와는 다르게 단색의 글러브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타자가 공을 보는 데 방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야구공의 색깔과 비슷한 흰색, 회색, 은색 등은 투수 글러브로는 사용하지 못한다. 이 외의 색 중에서도 투수 글러브 색상이 타자들의 시야에 혼선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심판 재량으로 해당 글러브 사용을 못 하게 할 수도 있는데 글러브 전체가 아닌 끈피나 일부에 들어가는 색깔은 대부분 넘어가 주는 편이다.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의 글러브가 야구 중계 시 가장 많이 노출되기도 하기 때문에 좋은 투수들에게는 그만큼 스폰서십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크기는 투수에 따라 11.5인치~12.5인치의 다양한 글러브를 사용한다.
올라운드글러브는 포지션에 상관없이 가장 일반적인 사이즈로 표준화된 크기와 패턴의 글러브이다. 12인치로 아직 포지션이 결정되지 않은 야구 입문자나 취미로 캐치볼을 하기에 좋은 글러브라고 생각하면 된다. 투수 글러브와 크기와 웹 등이 비슷해서 기성품에서 세트로 팔기도 한다.
야구 글러브 중 1루수 글러브와 포수 글러브는 1루수 미트, 포수 미트라고 부르는데 벙어리장갑인 mitt와 같이 손가락 네 개가 연결된 구조이다. 미트는 공을 안전하게 잡기 위한 모양으로 경기중에 오직 한 명의 포수와 한 명의 야수만 미트를 낄 수 있어서 일반적으로 포수와 포구 전문인 1루수가 미트를 낀다. 미트는 일반 글러브보다 2~3만원 정도 비싼데 수많은 포구에 견딜 수 있게 내구성이 강한 가죽과 부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같은 '미트'로 불린다고 해서 1루수 미트를 끼고 포수를 보는 것 위험한 행동이다. 포수용 미트에 큰 전용 펠트가 들어가 있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파울 타구에 엄지를 맞고 부상을 입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포수 포지션을 볼 때는 포수 미트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것이 부상을 방지하고 안전한 플레이를 하는 데 중요하다.
1루수 미트는 12~13인치 정도이고 포수미트는 크기 재는 방법이 다른 글러브와 달라 32~34인치 정도이고 웹은 크게 구애받지 않는 요소이다. 유소년이나 사회인 야구에서는 1루수 미트와 포수 미트의 경우 팀 장비 미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별로 1루 미트, 포수미트를 모두 지참하고 다니는 경우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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